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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및 기업/인수합병

역사속으로 사라진 크레딧스위스

by inniable 2023. 3. 22.

역사속으로 사라진 크레딧스위스

 

20일 우리나라 등 아시아 증시가 열리기 전 여러가지 위기설에 시달리던 크레딧스위스가 UBS에 의해 인수가 결정되었습니다. 크레딧스위스 주주들은 크레디트스위스 보유 주식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되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가치가 31억5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으로 산정된 것입니다. 3월 17일 장 마감시간 기준 크레딧스위스의 시가총액은 약 80억달러(약 10조4,500억원)였습니다. 시가총액 대비 40%정도로 평가된 것입니다.

 

1. 크레딧스위스의 역사

크레딧스위스는 1856년 스위스 철도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1900년대에는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소매 금융에도 진출했으며, 1988년에는 미국 IB 퍼스트보스턴을 인수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포함되며 이른바 '세계 9대 IB'(Bulge Bracket) 중 한 곳으로도 꼽혔습니다.

 

2. 스캔들과 RISK관리의 실패

2015년, 크레딧스위스 소속 은행원 파트리스 레스코드롱이 고객 서명을 오려서 붙여넣기의 방식으로 부자 고객의 계좌에 몰래 접근해 돈을 빼내서 다른 고객의 손실을 막는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적발되었습니다. 그는 2008년과 2011년, 2013년 등 여러 차례 회사 관리자들로부터 구두 또는 서면 경고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크레딧스위스는 그의 불법행위를 막지 못했고, 결국 2018년 유죄판결 이후, 2020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2019년, 사설탐정을 고용해 전직 임원을 미행한 '스파이 스캔들'도 터졌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전직 임원인 이크발 칸은 당시 크레딧스위스 차기 최고경영자(CEO) 주자였지만, 당시 CEO인 티잔 티엄과 이웃으로 지내며 친분을 쌓아왔으나, 2019년 1월 티잔 티엄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그와 말다툼을 벌인 뒤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이후 이크발 칸은 승진에서 밀리자 결국 지난 8월 UBS 자산관리 부문에 합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크레딧스위스는 이크발 칸이 크레딧스위스의 인력을 UBS로 빼갈 수 있다는 우려로 몰래 사설탐정을 고용하여, 그를 감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이크발 칸이 사설탐정들과 시내 한복판에서 실랑이를 벌인 뒤 검찰에 크레딧스위스를 고발했고, 감시를 지시한 피에르 올리비에 부에 COO가 사퇴했습니다.

 

2021년,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가 결국 실패했습니다. 아케고스 캐피털로 인한 크레딧스위스의 손실은 55억 달러(7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크레딧스위스는 위 2건의 투자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인식하지 않으며, 비용을 줄이거나 위험 관리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6월에는 마약 밀매조직의 돈세탁 혐의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혐의로 스위스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2022년 미국에서도 탈세 혐의 수사를 받았으며, 프랑스에서는 돈세탁·세금 사기 등 혐의 수사 끝에 2억3천800만 유로(약 3천300억원)를 지불하기로 검찰과 합의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크레딧스위스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한 합의금과 보상금만 총 40억 달러(약 5조2천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크레딧스위스가 스캔들과 리스크관리에 실패하는 동안 경쟁IB들은 자본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3. 실적부진

크레딧스위스의 2010년 매출은 320억 스위스프랑(약 45조3천억원)으로 UBS와 거의 비슷했지만, 2019년에는 크레디트스위스 매출은 216억 스위스프랑(약 30조6천억원)으로 UBS보다 약 25%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4. 결과

투자 실패와 저조한 실적 등으로 2022년 10월 주가가 급락하면서 크레딧스위스의 위기설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에 은행은 중동 자금을 유치하고 2025년까지 9천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크레딧스위스의 위기설은 2023년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로 다시 촉발했습니다. 주가는 역대 최저치로 급락하고 디폴트에 대비한 보험료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크레딧스위스가 3월 14일 2022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회계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심화되었습니다. 여기에 크레딧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이 크레디트스위스에 추가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긴급하게 스위스 금융당국이 나서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8천억원)의 유동성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위기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마침내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보다 더 낮은 기업가치인 약 31억 스위스프랑에 UBS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몰락은 스위스의 금융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시는 금융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는 은행 그룹 243개와 외국 은행 지점 24개가 있습니다. UBS와 크레딧스위스의 자산을 합치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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