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이커머스 테무의 공습
초저가 이커머스 테무가 전세계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테무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 핀둬둬의 해외 플랫폼입니다. 중국에서의 빠른 성공으로 2022년 9월 테무를 미국에서 론칭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매년 수백억원의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며 미국 앱 다운로드 순위 1위, 전세계 8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3월말 기준 이용자수 829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초저가 공세로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이 엄청난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목차
핀둬둬의 성공
구글 엔지니어 출신 황정(黃崢, Colin Huang)은 2015년 중국에서 핀둬둬를 창업합니다.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포화 상태로 알리바바나 징둥닷컴은 베이징, 상하이 등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 소비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프리미엄 브랜드나 빠른 배송에 주력하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황정은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3·4선 도시(인구 100~500만명 사이의 중소도시)를 공략하였고, 가격을 어떻게 낮출지에 집중했습니다. 3·4선 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온라인 쇼핑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소득이 낮은 계층 및 시골 지역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소비력이 떨어지는 대신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핀둬둬는 알리바바나 징둥닷컴과 달리 상품기획자(MD)를 두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를 통해 상품을 유통합니다. 소비자의 거주지, 취향, 구매이력, 나이 등 AI로 분석하고 최첨단 물류시스템도 구축하였습니다. 거래처와 직접 협력을 통해 마진을 최대한 줄이고, 대량 구매를 유도하여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추었습니다. 위챗을 통해 지인끼리의 공동구매와 할인 쿠폰 등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중국 제조업체 커신로는 핀둬둬 성장의 대표적인 일등공신입니다. 20년 이상 OEM을 통해 휴지를 생산했던 커신로는 2016년 핀둬둬와 제휴하며 자체 브랜드 제품을 핀둬둬를 통해 판매합니다. 커신로는 핀둬둬의 조언에 따라 2018년 대나무 펄프 티슈 28팩을 29.9위안(약 5,500원)에 판매하였고 출시된 당일에만 300만 위안(약 5억5천만원)을 판매하는 등 엄청난 히트를 치게 됩니다. 히트 상품 때문에 언론에서도 취재가 나왔고 티슈 1팩에 0.03위안(약 5.5원)의 이익만을 남기고 판매하였다는 것도 알려지게 됩니다.
핀둬둬는 고객을 유치하고 커신로는 단숨에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핀둬둬는 유사한 전략으로 1,500개가 넘는 기업과 제휴하여 4,000개 이상의 완전위탁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핀둬뒤는 1년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였고, 3년만에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였습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상장에 10년 이상 걸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핀둬둬의 핵심 전략은 오로지 제품의 가성비입니다. 창업자인 황정은 가성비 전략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 어머니는 식료품이나 휴지를 살 땐 여전히 1~2위안의 차이를 신경 쓰면서도 고급 아이폰을 구매합니다. 소비능력과는 관련없습니다. 가성비는 보편적인 요구사항입니다.
저렴하게 사는 것이 소비자의 본능이라는 것을 황정은 간파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약 9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핀둬둬는 2022년 9월 해외 플랫폼 테무를 론칭하게 되며, 이후 약 1년 반 동안 대한민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5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테무는 2024년 1월 기준 가입자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부동의 1위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1위 알리바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회사 이마케터에 의하면 2023년 알리바바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47%로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시장에서는 2023년 7월 서비스 개시 이후 9개월이 지난 2024년 3월 기준 가입자 829만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비결은 수수료와 공급망의 혁신
테무의 초저가 비결의 첫번째는 수수료입니다. 테무를 통해 판매할 경우 수수료가 거의 없습니다. 거래수수료율은 0.6% 입니다. 0.6% 역시 위챗페이, 알리페이등의 결제플랫폼이 대부분 가져갑니다. 실제로 테무 입장에서는 수수료 마진이 없습니다.
두번째는 공급망 혁신입니다. 테무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완전위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3·4선 도시의 제조업체들은 핀둬둬의 물류센터로 자신들의 제품을 보내면 핀둬둬와 테무는 가격책정, 마케팅, 판매 및 배송, AS 등 모든 과정을 전담합니다.
테무는 AI가 잘 팔릴만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무선 이어폰을 1,000원에 판매하고자 결정하면 제휴한 공장에 개당 약 300원에 납품하도록 입찰을 제안합니다. 공장 몇 개가 경합하고 1등을 한 업체가 테무에 입점하게 됩니다. 업체는 물류센터에 재고를 가져다 놓게 되고 테무는 판매된 수량만큼 300원씩 계산하여 공장에 지급합니다. 차액은 테무가 마진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SNS와 무료배송
SNS를 활용한 전략은 핀둬둬 성공의 또다른 원동력입니다. 위챗을 통해 공동구매 메세지를 보내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공동구매 메세지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갔습니다. 핀둬둬 공동구매 이용자의 40% 이상은 살 마음이 없지만 저렴한 가격때문에 우선 사두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가격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허물어 버리는 충동적인 쇼핑이 핀둬둬가 공략하는 핵심입니다. 핀둬둬 해외플랫폼 테무의 슬로건 역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 입니다.
테무는 한국 기준 13,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하고 있습니다. 운송비가 저렴한 해상 컨테이너 또는 항공 운송 등 물건을 한꺼번에 물류센터로 보냅니다. 제품을 많이 판매하게 되면 물류비용이 분산되며 이에 따라 배송비가 절감됩니다. 또, 모든 주문의 첫번째 반품 역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의 위기
중국 이우에는 대한민국의 오픈마켓 상인들이 많이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우 도매시장이 있습니다. 한국 상인들은 이우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오거나, 현지 공장을 방문해 제품을 주문합니다. 또는 중국 도매 사이트 1688에서 제품 구매후 현지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기도 합니다. 국내 오픈마켓 대부분의 중국 제품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들어오게 되며 각 유통 단계의 마진으로 최종 판매 가격이 결정됩니다.
그러나 테무를 통해 구매하는 제품은 이 유통과정이 생략됩니다. 중국 제조업체가 테무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시장에 자신들의 제품을 직접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통 마진이 없어지면서 판매 가격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3·4선 도시인 저장성 진화(일용품), 산터우(장난감), 윈저우(여성화), 광둥성 중산(조명), 허베이성 바오딩(가방) 등의 지역 제조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습니다. 이 도시들은 인건비가 저렴하여 가격경쟁력이 우수합니다. 3·4선 도시의 제조업체들은 팬데믹 이후 내수가 침체되자 테무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무는 최근 한국법인 '웨일코코리아'를 설립하였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및 유통업계의 대응
2024년 3월 기준 국내 테무의 이용자수는 8,296,000명으로 전월대비 42.8% 급증하였습니다. 11번가를 제치며 3위로 올라섰고 2위 알리익스프레스 887만명으로 채 60만명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위 쿠팡은 3,087만명이지만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공세에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알리와 테무 등 C 커머스(차이나 이커머스)의 저가공세에 구체적인 대응을 하기 힘든 분위기입니다. 쿠팡 뿐만 아니라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도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시장에 조 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쏟고 있는 테무의 마케팅 비용은 파악도 어렵고,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컨설팅회사들이 분석한 자료들도 추정한 수치들이 대부분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및 유통업체는 소비자의 선택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테무 등 중국 업체의 초저가 공세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판매자까지 확보하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초저가 명목으로 공산품의 가격대가 낮아지면 국내 제조업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초저가 공세로 어디까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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