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 가속기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쿼크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물리학계에서는 입자 가속기를 개발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로렌스는 1925년 최초의 사이클로트론 입자가속기를 만드는 데 성공하며 193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고, 1964년 힉스 입자를 예견한 피터 힉스는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통해 힉스 입자를 발견하며 201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목차
입자 가속기의 원리
멘델레예프가 19세기에 주기율표를 완성한 후 모든 물질은 주기율표상의 원자로 구성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이 1964년 쿼크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는 더 작아졌습니다.
쿼크의 존재를 입증하고 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를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입자 가속기를 사용합니다. 이 장치는 양성자, 이온, 전자 등 전하를 띈 입자들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후 원자핵과 충돌시킵니다.
전하를 띈 입자의 양쪽에 전위차를 걸어주게 되면 이 전위차에 따라 입자는 한 쪽으로 가속됩니다. 이러한 원리를 통해 입자들을 계속 가속시켜 속도를 광속에 가깝게 높일 수 있으며 가속된 입자가 원자핵과 부딪히게 되면 새로운 소립자들이 생성되는데, 이의 물리량을 분석하면 입자를 이루는 물질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입자가속기의 종류
가. 가속방식에 따른 종류
가속 방식에 따라 입자가속기는 선형 가속기와 원형 가속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형 가속기는 원형 가속기에 비해 균일하고 강한 입자빔을 얻을 수 있고, 입자 위치 변경시 나타나는 미세 진동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입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가속기의 길이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형 가속기가 개발되었습니다.
원형 입자 가속기는 한정된 공간에 입자를 나선(사이클로트론)이나 원(싱크로트론, 베타트론)을 그리며 가속시킵니다. 사이클로트론은 전하를 가진 입자가 균일한 자기장에서 로렌츠의 힘을 받게되면 원운동을 하며 고주파 전압을 통해 입자를 가속시키는 사실을 이용하여 1929년에 물리학자 로렌스가 개발하였습니다. 이어 1931년에는 양성자를 80keV로 가속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됩니다.
선형 입자 가속기는 주로 입자가 작은 전자를 가속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전자보다 질량이 큰 양성자를 이용한 가속기는 원형 가속기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나. 가속하는 입자에 따른 종류
가속하는 입자에 따라 전자(방사광)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 이온화된 무거운 원자를 사용하는 중이온 가속기 등으로 분류됩니다.
방사광 가속기는 원자 속 입자 중 가장 가벼운 전자를 가속해 발생하는 강한 X선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원자 및 분자 구조를 분석합니다. 대한민국은 1994년 포항에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완공하였고, 2016년 4월부터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가동하였습니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나노미터(1nm = 10억분의 1m) 크기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고, 펨토초(1fs=1,000조분의 1초) 단위로 현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양성자 가속기는 원자핵을 쪼갤 때 발생하는 양성자를 가속관으로 통과시켜 빠른 속도로 다른 핵에 충돌시킵니다. 핵을 깨뜨려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고 물질을 변형시킬 수 있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 의료용 신물질 개발, 바이오 및 나노 분야의 연구에 주로 활용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LHC 역시 양성자 가속기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경주에 양성자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이온 가속기는 헬륨, 리튬, 탄소, 질소, 우라늄 등 다양한 원자를 이온화하여 가속하는 장치입니다. 다양한 이온과 불안정한 핵종을 가속하여 다른 원자핵에 충돌 시킨후 원자핵이나 소립자를 분석하며 새로운 물질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라온은 초전도 선형가속관을 통해 중이온을 광속의 50% 수준으로 가속시키는 장치입니다. 라온은 원자에 양성자를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동위원소분리장치(ISOL)와 비행파쇄 동위원소분리장치(IF)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장치이며 우주에 존재하는 동위원소의 약 80% 이상을 생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라온은 새로운 원소의 발견과 중성자별 연구 등 기초연구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사선 치료법, 신소재, 차세대 원자로, 핵폐기물 재처리, 방사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험 및 데이터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입자가속기
미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로렌스는 1925년 최초의 사이클로트론 입자가속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로렌스는 이 최초의 입자가속기를 양성자 회전목마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 장치는 지름 12cm로 1931년 최초 가동 시 2,000V의 전압으로 80KeV의 출력을 얻었습니다. 이후 로렌스의 조수들이 지름 27cm 크기의 두 번째 사이클로트론 입자가속기를 개발해 1,000KeV의 출력을 얻게 됩니다.
어니스트 로렌스는 사이클로트론 입자가속기를 개발한 것으로 193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그가 설립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관련 분야에서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습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rdron Collider)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 100m 깊이에 만들어진 지름 8㎞, 둘레 27km 크기의 도넛 모양 실험시설입니다. 양성자 충돌장치인 LHC는 2012년 힉스 입자 발견에 성공했습니다.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라고 불리며 물질의 질량 생성에 관여하는 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의 표준모형에는 우주가 구성하는 물질을 구성할 때 6쌍의 입자와 4개의 힘을 전달하는 입자로 구성된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에 힉스입자까지 포함하여 17개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입니다. 입자 가속기를 통해 이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힉스 입자를 발견하며 표준모형의 이론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발견으로 50년전 힉스 입자를 예측하였던 프랑수아 엥글레르와 피터 힉스는 2014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LHC는 2015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여 충돌 양성자의 에너지를 14TeV로 높였는데, 이를 통해 우주 초기 상태를 재현하고 이를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입자들의 초대칭 짝입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입자 가속기 개발 현황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기존 LHC보다 충돌에너지가 10배 이상의 규모인 차세대입자가속기(FCC)의 개발을 지속적으로 논의하였고, 2024년 현재 타당성조사의 중간 결과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FCC는 둘레 27km의 LHC보다 약 4배 이상인 100km의 규모로 건설되며 약 200억 유로(한화 약 28조원) 규모의 이 사업은 2027년에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2030년대 중반에 건설을 시작하여 2045년 정도에 첫 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IHEP)는 2030년대 준공을 목표로 둘레 50 ~ 80㎞의 원형 강입자가속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2028년까지는 원형 가속 충돌기를 건설하고, 2035년까지 양성자-양성자 충돌기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이 예정하는 건설 비용은 약 3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제 선형 가속기(ILC)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형 가속기 중에서 가장 긴 31㎞로 2030년 건설될 예정입니다. 건설 비용은 약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예상되며 미국 등 여러 나라와 협력하여 건설 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선형 가속기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선형 가속기가 원형 가속기에 비해 더 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09년 스탠포드가속기연구소에 세계 최초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 LCLS를 구축하여 식물 광합성과 엽록소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X선 광선의 방사광 가속기 MAX-IV를 개발하였고, 독일은 미국, 일본, 우리나라에 이어 네번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럽-XFEL을 함부르크에 구축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포스텍 4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중이온 가속기 라온 등의 가속기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태양보다 밝은 빛으로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의 움직임도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포착할 수 있습니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하였으며 건축당시 4년의 공사기간과 4,298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중이온 가속기 라온은 2014년 건립계획을 확정하였고, 2021년까지 약 1조 6천억원을 투입하였습니다. 라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온 광선(200MeV, 400kW)을 만들어 냅니다.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중이온을 가속하여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중이온 가속기는 핵물리, 천체물리, 원자력,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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