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제위기와 국민 행복도 하락
독일은 EU 경제의 1/4을 차지하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입니다. 독일 통일후 과감한 경제개혁으로 2010년부터 최근까지 경제호황을 맞기도 하였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중국에 대한 대외 의존도 등 여러가지 악재로 독일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G7 국가 중에서 2023년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독일 국민도의 행복지수 역시 EU내 최하위 수준을 기록할 만큼 독일 경제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목차
독일 경기 침체 위기
독일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에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나라의 경제 발전 모델입니다. 사회 시스템, 질 높은 교육 등 2차 세계대전이후 독일이라는 국가가 보여준 품격도 달랐습니다.
2010년 이후 지난 기간 동안은 독일 경제의 황금기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말까지 독일 경제는 24% 성장했고, 명목 GDP 기준으로 4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4대 경제대국이며 유럽 내 최대 경제대국입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런 독일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잃고 침체기에 들어설 위기에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독일 통일 이후 기진맥진하여 유럽의 병자라고 불리던 당시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G7중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과 국민 행복도 지수 하락
IMF가 지난 10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G7 국가 중 유일하게 독일만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독일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행복도 조사 결과입니다. 실제로 국민이 느끼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행복도가 낮을수록 불안함이 커진다는 신호입니다.
EU(유럽연합)의 통계기구 유로스탯(Eurostat)은 매년 EU 국가들의 행복도를 조사하여 발표합니다. EU 시민의 주관적인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에 대한 추세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생활, 주거, 고용 및 다양한 경험과 선택, 삶의 우선순위, 가치관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0 ~ 10점으로 평가되며 10점에 가까울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12월 11일 유로스탯의 2023년 조사 결과 독일은 6.5점으로 EU 27개국 중 26위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국가는 오스트리아로 7.9점이었으며 EU 평균은 7.1점.이었습니다. 2022년만 하여도 독일 국민의 행복도는 7.1점(평균 7.2점)이었지만 1년만에 행복도가 급감하였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경제 규모가 큰 다른 EU 국가들은 평균인 7.1점 부근을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 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도도 높게 나오지만 독일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EU 내 꼴찌 수준이라는 점에서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원인
독일은 과거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나치가 탄생하였습니다. 전쟁으로 이어진 비극으로 인해 독일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었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난 8월까지 인플레이션율이 6%에 달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지만 독일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계속되었습니다.
독일 경제의 경기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IMF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독일이 예상보다 더 깊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제조업 침체로 2023년 독일은 0.5%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제조업 기반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은 세계 무역의 변동성에 더 취약합니다.
독일 경제의 구조적 약점
독일 경제의 구조적 약점으로 파악되는 것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에너지에 대한 높은 대외 의존도와 낮아지는 제조업 비중, 관료주의와 낡은 인프라로 인한 투자 및 자본 유입 감소, 늙어가는 인구와 비숙련 노동자가 많은 시장 구조입니다.
1. 에너지에 대한 높은 대외 의존도와 낮아지는 제조업 비중
독일의 에너지는 러시아에 수출은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를 버티는 기반 조건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독일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017년 22.6%에서 2021년 20.8%로 줄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경제에 치명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2020년 독일의 전체 가스 수입량 중 55.2%가 러시아를 통해 공급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며 자동차, 유리, 비료 등 공장 가동률이 줄게 됩니다. 에너지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였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역시 독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 대비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습니다. 2021년 독일 GDP 대비 중국 수출은 3.2%에 달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내 국가들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2023년 9월 독일 중앙은행 보고서 역시 중국과 무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독일 경제가 위험에 빠진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하였으며 중국 외에 공급망과 해외 직접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국 역시 최첨단 기술에 대한 발전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며 자국 기업의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이러한 경향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의 대중국 수출은 2014년 40만 대 미만에서 2022년 270만 대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BYD, 지리자동차 등 중국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35.7%에서 2023년 55.5%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독일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독일 자동차의 점유율의 하락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2. 관료주의와 낡은 인프라로 인한 투자 및 자본 유입 감소
지난 몇 년간 독일 기업의 해외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독일에 대한 외국 자본 유입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GDP 대비 IT 투자는 미국 및 프랑스의 50%에도 미치지 않는 등 신규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재정 건전성을 가장 우선순위 하는 독일 정부의 성향으로 인프라 등 에 대한 공공 투자가 너무 작고, 관료주의 역시 해외 투자자가 독일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해외 기업이 독일에 사업 운영을 위한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약 120일 정도 소요되는 데 OECD 국가 평균 대비 2배 이상 걸립니다.
3. 늙어가는 인구와 고숙련 노동자의 부족
구조적으로 가장 장기간에 걸쳐 독일 경제를 괴롭히는 문제는 고령인구와 숙련공의 부족입니다. 현재 독일 노동 가능 연령 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64% 입니다. 그러나 독일의 평균 연령은 현재 45세로 미국 39세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입니다. 독일은 향후 5년간 약 2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은퇴하면 고숙련 노동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기업들 역시 적합한 인력 부족이 가장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이에 대비하여 이민 정책을 적극 확대 중입니다. 2020년 EU 외부에서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민 정책도 도입하였습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통해 동유럽 등 외부로부터 우수 인력을 유치해 왔습니다. 하지만 동유럽 및 다른 지역들의 경제 성장과 향상된 임금 수준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인재 유입이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 위기 극복의 저력
독일은 수 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는 국가입니다. 20세기 초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후 폐허가 된 독일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성공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1999년 독일 통일후 심각한 통일의 후유증을 앓고 있을 때도 이러한 저력이 다시 발휘되었습니다. 당시 동독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었지만 동독 경제 발전 속도는 더뎠습니다. 경직된 고용 시장으로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2009년 11.1%까지 실업률이 상승했습니다. 1998년에서 2005년까지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2%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998년에서 2005년까지의 독일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대대적인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을 시행했고, 이 중 노동시장과 관련한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하르츠 1 ~ 4법을 통해 반전을 이끌어 냈습니다. 장기 실업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다시 유입시키기 위해 노동 시장을 유연화하였고, 실업 지원금 수령 조건을 강화하였습니다.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 간 대타협을 통해 과감한 개혁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제조업 수요와 신흥 시장의 호황 등에 힘입어 7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였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시작된 잡운더(Jobwunder, 고용의 기적) 시대는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는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독일은 EU 경제규모의 1/4을 차지하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입니다. 독일의 경제가 침체될 경우 EU 전체 성장률이 하락하며 EU 실업률 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유럽계 컨설팅업체 롤란드버거에 따르면 독일의 현재 실업률은 5.9%로 지난 2000년대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독일 경제가 침체될 경우 고용 시장도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EU 내 약 30만 명이 실직할 수 있고 이 중 대부분인 25만 명이 독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독일의 위기는 어젠다 2010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젠다 2010에 준하는 강력한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2023년 9월 도이치뱅크의 CEO 크리스티안 제빙은 예측하지 못하는 에너지 비용, 오래된 철도망과 숙련 노동자의 부족, 과도한 관료주의 등이 독일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으며, 지금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독일 경제가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되는 것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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