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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by inniable 2023. 3. 20.

오마카세

 

한끼 식사에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오마카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30~40대 뿐만 아니라 MZ세대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일식 셰프가 운영하는 오마카세 가게를 방문하여 SNS나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고 과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유행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오마카세란?

일본어로 '맡겨서 고르는' 또는 '셰프추천요리' 등으로 번역되는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고급 일식의 한 형태입니다. 참고로, 일본 음식문화에는 전통적인 일본 음식을 대접하는 정식인 '가이세키'라는 것도 있습니다. '가이세키'가 음식 대접 자체에 일정한 문법과 흐름을 가지고 있는 의식화된 식사 형태인 반면, '오마카세'는 음식을 대접하는 주체인 셰프가 코스요리 중간에 무엇을 요리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자유로운 형태의 음식문화인 것입니다.


'The Story of Sushi(스시 이야기, 트레버 코르손)'에서 오마카세를 정의한 내용은 '세련된 손님이 스시 음식점에서 셰프에게 요청하는 요리의 형태'라고합니다. 스시를 좋아하는 미식가들은 본인 입맛에 맞는 스시요리를 주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80년대 이후 일식 요리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오마카세 코스는 대체로 가격이 비쌉니다. 또한 방문한 당일의 메뉴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오마카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얼마나 비쌀지 모르는 상태에서 입에 맞지 않는 식사를 했다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스시 오마카세는 조금 다르게 발전되었습니다.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고, 메뉴의 구성도 생각보다 유동적이지 않습니다. 요즘엔 미국에서도 일부 오마카세 음식점들은 손님들에게 기본적인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요청에 따라 추가 요금을 받고 코스를 업그레이드하는 옵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 스시 오마카세의 열풍

우리나라 스시 오마카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엔트리급, 미들급, 하이엔드급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저녁식사를 기준으로 1인당 8만원 수준이면 엔트리급, 10만원대이면 미들급, 20만원대 이상일 경우는 하이엔드급으로 나뉩니다. 한 끼 식사로 매우 고가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엔트리 등급 스시 오마카세가 급격히 늘면서 접근성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어쨌든 한끼 식사 가격으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오마카세는 코로나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MZ세대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오마카세'라는 2018년도만해도 하루 10건 미만 검색되었지만, 2023년에는 하루에 100건 이상 검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데일리신초(주간지 슈칸신초의 인터넷판)라는 매체에서 우리나라의 오마카세 열풍을 두고 '젊은이들의 사치와 허세'라고 보도하였습니다. 비싼 오마카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을 빗대어 한국 젊은이들의 과시 풍조를 저격한 것인데, 한국 네티즌들은 '작은 사치 누리는 게 왜 나쁘냐?'라는 측과 '인정하기 싫지만 분석이 맞고, 사치일 뿐이다'라는 측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마카세 문화가 유행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먹방입니다. SNS와 유튜브, 공중파 및 케이블 등 다양한 채널에서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맛과 비주얼, 그리고 시청자 등의 반응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MZ문화 중 하나가 자기 자신에게 투자입니다. 오마카세는 과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 게다가, 플렉스라는 문화가 국내 힙합의 유행과 함께 떠오르며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는데 오마카세도 여기에 맞춰 플렉스 문화에 포함된 것이 열풍의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3. 카세문화

각종 '카세'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에스프레소 바 유행이 겹치면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커피카세'도 있고, 일식이 아니라 식당이나 술집 주인(우리는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이모님' 또는 '이모'라고 부르는) 재량껏 술상을 차려주는 '이모카세', '삼촌카세'라는 용어도 번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문구 덕후들을 위한 필기구 종합 세트 '문구카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족을 겨냥한 다용도 '오마카세 스티커'도 등장했습니다. 음식 메뉴의 일종에서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된 겁니다.

어떠한 문화도 이유 없이 생기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전에는 없던 이러한 새로운 문화, 우리는 이런 문화에 대해 사치일 뿐이라며 마냥 부정적인 견해로 비난할 것이 아닙니다. 또 ~카세로 변형해서 쓰고 적용하는 우리 MZ세대들이 이러한 문화에 열광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가볍게 바라볼 필요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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